바람 소리

바람 소리를 좋아하십니까? 자기 귀의 멍한 소리마저 들리는 아주 조용한 들에 서서 바람소리를 들어 보셨나요?

아리조나주의 사막길에서 잠시 길 옆의 넓은 공터에 차를 세우고 백여야드 저편의 낮은 동산위를 천천히 걸어 올라가 본일이 있었습니다. 사막의 건초 위에 발이 빠질때마다 수없이 뛰는 작은 메뚜기들 외에는 사방은 두려울만큼 조용했습니다.

동산위에 올랐을 때 하늘은 에메랄드처럼 푸른 것이 눈물이 왈칵 나올 듯, 동시에 한없는 희열도 곁들인 고독속으로 휘몰아 가는데 문득 들리던 그 바람소리, 사막의 평원위에 낮은 동산위에서 듣던 그 바람소리는 어쩌면 그렇게도 큰 감동을 주었는지 모릅니다.

깊은 고독, 문명 세계와 모든 인간사회를 떠난듯한 그 고독, -잉 긴 여운을 강하게 남기며 불던 그 바람소리는 많은 사람들의 애절한 사연을 몽땅 묶은 듯 했습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갖는 유한성, 남을 이해하는데도 상한선이 있고 나를 표현하는데도 안타까운 한계가 있으며 가치관이 다르고 사명감이 제각각인 모든 인간이 제나름대로 남에게 보여주고 싶으나 인간의 한계성 때문에 보여지지 않아 생기는 모든 오해와 부조리들이 위-잉 긴 여음속에 그토록 외롭지 않을까요?

당신의 마음속에는 바람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요? 누구 한분만의 사연이 아닌 사연의 다발이 울리는 그 바람 소리가, 엘리야가 아합을 피해 도망가서 여호와의 성산에 올랐을 때, 적막속에 듣던 그 바람 소리가, 설명할 수도 없고 설명되어 지지도 않는 마음의 한 조각이 불러 일으키는 바람소리가 들리지 않는가요?

그것은 인간이 유한하기에 하나님만 의지해야 한다는 울림이 아닐까요?

고독속에서도 세미한 음성으로 엘리야에게 말씀하시던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디딤돌이 아닐까요?

서로는 다 이해 못하여 안타까운 세상이라도 하나님은 중심을 보시고 다 아시니까 그에게만 무릎을 꿇게하는 복의 계기가 되지는 않을까요?

아리조나 사막의 동산위에 긴 여음을 남기며 불던 그 적막한 바람소리. 부픈 풍선을 더 부풀게 하여 터뜨리고야 말 것 같던 그 바람소리. 그 바람소리 때문에 도리어 감사할 수 있음은 크리스챤된 축복이 아닐까요.

(1988.2   LA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