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색을 잃어가지는 않는가요

나라마다 고유색이 있었습니다. 의상, 전통, 음식, 사투리, 건물 양식 등의 독특함입니다. 나라뿐 아니라 지방도 제각기 고유색이 있고 사람도 제각기 고유색이 있는 것이 아름다움이고 정상입니다. 그런데 텔레비죤이 널리 보급 되면서 고유색이 점차 퇴색해 가더니 최근 인터넷이 세계 어디나 뻗어 나감에 따라 이제는 온 세상이 똑 같아져 가는 듯 합니다. 몇 주 전 러시아와 몰도바를 다녀 왔습니다.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코바나 몰도바의 수도인 키시노에서 그 나라의 독특한 건물 양식 보기를 기대 했었는데 어디 가나 고층 아파트는 똑 같았습니다. 공항도 비슷하고 자동차도 비슷하고 건물도 비슷하고 입고 다니는 옷들도 다 비슷했습니다. 색이 사라진 세상에 사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러시아에서 돌아와서 읽은 강민숙 시인의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가 어쩌면 그렇게 내 마음 같은지 너무 좋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색이 없다는 것은,

자기의 색갈이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래서 꽃은 색의 의미를 안다.

색을 고르기 위해 뿌리는 어둠 속에서도 잠들지 않는다.

노랑, 빨강, 분홍 옷감을 고르기 위해 꽃은 자기의 목숨을 건다

살아 있는 빛을 피우기 위해

바람의 푸른 눈망울 앞에

바람보다 먼저 고개 숙일 줄을 안다

하나님이 인간을 지으실 때 개인마다 지문, DNA, 모습을 모두 독특하게 주셨습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가장 아름답고 알맞는 색을 각자에게 주셨습니다. 우리 각자가 하나님께 받은 색을 본래의 순수와 깊음을 잃지 않고 마음껏 뿜어내되 주위와 충돌없이 잘 어울리기를 배워가며 뿜어낸다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당신도 혹시 색을 잃어가고 있지는 않는지요. 유행의 물결에, 인터넷의 홍수에, 바쁨이란 핑계에 밀려 당신 고유의 색을 잃어가며 어디가나 똑 같은 고층 아파트처럼 되어 가지는 않는지요.

(2008.7   한국일보 워싱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