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파요! 그런데 약이 없어요.

아이가 아픈 적이 있습니다. 열이 오르고 목이 부어 3일 동안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합니다. 아내는 안타까운 마음에 아이에게 무엇이든 먹이려고 스프, 죽, 쥬스를 주지만 목이 아프다며 약간의 쥬스만 마시고 맙니다. 병원에 갔더니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인 것 같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이겨낼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검사하고 그 결과가 나온 후에 약처방을 해 준다고 합니다.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이틀 동안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며 안타까와하는 엄마와 아파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됩니다. 아내는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어떤 감염인지 모르니 처방할 수 없다는 말에 야속해 합니다. 항생제 몇알이면 아이가 고생을 하지 않을텐데 하는 생각에 섭섭해요.

그러나 의사 말대로 기다리며 간호합니다. 아내는 아이에게 미음을 떠서 입에 넣어줍니다. 그런데 아이가 온 가족의 사랑을 받기위해 형에게는 손을 붙잡아 달라고 하고, 저에게는 어깨를 주물러 달라고 합니다. 아파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정성으로 어깨를 주물르며 달랩니다. 아이의 몸은 비록 아프지만 가족들의 사랑과 정성으로 얼굴에 미소 가득한 행복한 모습을 봅니다. 이틀이 지나 아이가 스스로의 저항력으로 병을 이겨내기 시작하더니 죽을 먹고 자기가 좋아하는 비빔밥을 먹고는 건강이 회복되어지는 것을 봅니다.

저는 아이의 이 조그마한 아픔의 과정을 통하여 주님이 나에게 주시는 사랑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가 고난 가운데 있을 때 하나님께 해결해 달라고 기도하고, 혹은 떼쓰며 어떻게든 해결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우리의 고난에 아무런 응답도 주지 않으시고, 침묵하시며 마냥 내버려 두시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럼에도 간구합니다. "하나님, 이 시련을 덜어 주실 수 있는데 왜 이대로 두시는 것입니까? 도와주세요." 마치 내가 아플 때 항생제 몇알 만 있으면 금방 나을텐데, 그 항생제를 달라고 하듯이 기도할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이 때로는 침묵하고 계시는 것은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닌 것을 압니다. 나의 고통을 덜어 주실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신 분이 아닌 것도 압니다. 나의 곁에 안계신 것처럼 느껴질 때에도, 마치 엄마 아빠가 자녀를 바라보듯이 주님은 나의 아픔을 아파하시고 더 안타까와 하시며,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고 계시는 것 입니다. 비록 눈 앞에 보이는 항생제 같은 처방은 없을지라도 이 시련을 통하여 주님이 하나님의 사랑과 섭리를 깨닫고 환란을 이겨 나가도록 도와 주십니다.

고난이 있고 아픔이 있을 때, 나의 현실을 바라보면 절망스럽고 힘이 들지만, 시련 가운데에서도 나를 눈동자 같이 살피시고 계신 하나님의 사랑과 손길로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도록 인도하시는 주님을 바라봅니다. 어느 형제님의 고백이 생각납니다. "우리는 주만 바라봅니다". 주만 바라보며 나에게 주어진 고난이 나를 더 성숙한 그리스도인, 주님을 닮아가는 그리스도인으로 빚어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우리는 주 안에서 형제자매와 더불어 신앙생활을 합니다. 누군가가 고난과 시련 가운데 있을 때, 그들이 주님의 사랑을 느끼고 싶어 할 때, 우리가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그들의 필요를 조금이나마 채워줄 수 있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조금 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밝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훈 목사